월남 편지 ( 제 56 신 )
옥이 당신에게
  어제는 막사를 헐어 놓고 하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나섰지. 뭐 목재나 뭣이나 좀 얻어와야 금번 우기를 무사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애서--- 공병 서대위(서기호) 한테 신세를 졌지. 일요일이면서도 바쁜 문대위(문영대)가 시종 따라 다니면서 애 써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여보! 당신 편지에 14일쯤은 시골로 온뎄는데 지금쯤은 왔겠구먼. 이원으로도 편지 몇 장 띄운게 있는데 받아 봤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당신과 아이들 잘 있고, (이원) 어머님도 치료 결과가 좋다니 다행이야.
  시화가 아빠를 보고싶어 한다고? 나도 그래. 시화도, 미애도 그리고 당신도 보고싶어. 새끼들을 귀여워하고 꼭 껴 안아 주고 싶은 것은 인간 뿐만 아닌 본능일까? 난 더 그런지도 몰라. 배 타고, 비행기 타면 아빠 한테 올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짜---식.
  여보! 당신도 나와 꼭 같구먼. 사진 (몰래) 보다가 아이들 한테 들켜 뺏기고 하는 거 말야. 나도 몰래 본다고 하는 것이 종종 중대원들에게 들키곤 하지. 당신은 아이들이 나란히 누어 자는 걸 보면 퍽 대견스러운 모양이지? 낳고, 기르고 하는 데서 그렇게 정이 붙은 거겠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가 (그 속에) 있는 거겠지.
  아무튼 여보! 이렇게 해어져 있는 동안 당신이 건강하고 여전히 이뿌고 할 것은 물론 아이들도 튼튼히 그리고 영리하고 이쁘게 키워 줄 것이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전부야. 내 욕심이 너무 큰가?
  이제 사진기 하나 구했으니 열심히 찍어 보내야지. 문대위(문영대)는 곧 - 10월 초순 경 - 귀국하게 되는군. 박대위(박용원)는 만약 내가 중대장 1년을 채우기 위해 연장 근무한다면 같은 배에 타겠군. 부산에서 모두 만날 수 있을 꺼야. 무척 반갑겠지?
  우기 철이 되려고 해서 날씨가 퍽 시원 해 졌어. 건기 때도 우리 진지는 시원하니까 진지에 있을 때 만은 그렇게 더운 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니까 복이지 뭐야.
  문대위 등 동기생들이 이렇게 뒤 늦게 소총중대장 한다고 새까맣게 돼 있으니까 몹시 동정이 가나 봐. 오히려 난 다행인지도 몰라. 아무래도 겪어야 할 홍역인데 난 이렇게 당신이 보지 않는 데서 홍역을 치루니까--- 서로가 보고싶고 그리워 함은 내가 소총중대장이 아니었어도 마찬가지 일 것 아냐?
  또한 중대장을 하면서 그래도 전장이라고 맘대로 지휘 해 볼 수 있는 것도 또 부하들에게도 의, 식, 주에 큰 애로를 느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것 만도 얼라 만한 부조인지 몰라. 내 생각과 신경의 거의 대부분을 작전과 훈련에 기울일 수 있으니까.
  여보! 그래도 당신처럼 나도 (당신이) 보고싶어. 추석이 며칠 안 남있군. 추석이 오면 가을이란 말인데 농촌의 가을도 힘들어. 추수한다는 보람과 기쁨으로 고된 줄 모르기는 하는데 여름 못 지 않게 힘 들 꺼야. 당신이 걱정되누만. 워낙 노동력이 모자라니 부모님들도 걱정 돼.
  농사는 잘 됬나 모르겠다? 지금쯤은 알 수 있겠지. 그리고 호두, 감은 많이 열렸나? 시화, 미애는 좋아하겠구먼. 너무 많이 먹고 탈이나 날까 두렵군.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이들을) 잘 돌봐야 할 꺼아.
  여보! 이렇게 편지 호 수가 늘어나면 곧 필요 없게 된다는 얘기 아냐. 부지런히 소식 전하고 하자구. 이 다음에는 쓰고싶어도 필요가 없어질 테니.
  여!보 그럼 안녕. 또 쓸게
월남에서 당신의 영 씀
고국 편지 ('69. 10. 9)
여보! 당신에게
  저녁 먹는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10시 밖에 안되었으니 이제 긴 겨울 밤도 멀지 않은 모양인 것 같아요.
  여보! 그 동안 안녕?
  정말 날마다 펜을 들고 싶고 하지만 낮엔 바쁨에 쫓기다 보면 저녁이면 잠에 쫓기니 날마다 (펜을)못 드니 화도 나.
  여보! 그러나 일하면서 마음 속으로 당신을 보고싶어 그려보지. 여보! 집엔 불그스레한 감이 많이 달렸고, 마당에 감 잎이 자꾸만 떨어집니다.
  오늘따라 바람이 불고 좀 겨울을 연상할 정도의 날씨였답니다. 시화도 추운 것 같아 겨울 내의도 입혔고, 미애 역시--- 추워지면 당신 올 날이 가까워 지니 춥다고도 말아야지.
  나락(벼)은 제법 누르스럼 하고, 어젠 콩 타작도 했고--- 옥이도 열심히 했더니 저녁에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었지.
  더구나 미애 젖 떼느라고 젖을 안 먹이니까 젖이 불어서 아퍼 죽겠어요. 지금도 단단하니 아프군. 곧 풀리겠지. 젖을 떼니 (미애가) 가엽다. 가끔 먹고싶어 올 땐 아파서 약 발랐는데 먹으라고 하면 안 먹는다고 울며 달아나곤 하지. 그러나 지역이 산골이고 어른이 계신 환경이니 특별한 간식이야 무엇이 있겠어요. 쌀밥이나 조금씩 자주 먹이고, 감이 있으니 감이나 가끔 따 줘야지. 정성들여 잘 먹여 당신이 오는 날엔 예쁘다고 좋아하게 노력 할께.
  여보! 엄마, 아빠가 (당신처럼) 그렇게 보고싶으면 객지에 가 공부 못하겠지? 여보! 보고싶어. 아이들 설날 기다리듯이 (당신이 올 날을) 손가락 꼽는 게 일이라오. 일년이란 세월은 내게는 10년이 넘는 것 같아.
  그러나 참고 견뎌야지. 당신이 개선장군 같이 돌아 와 시화, 미애도 안아 주고, 옥이도 꼭 안아 줄 날을---
  적이 없는 곳이 없다는 전선 정말 조심해요. 지난 편지에 귀국할 걱정을 했으니 반가워요. 걱정까지는 하지 말아요. 여보! 내겐 당신이 무사히 돌아 오는 것이 제일 큰 선물 중의 제일이잖아요.
  밖엔 바람이 세게 불고 있군. 그리고 아버님은 안녕하시고, 어머님은 몸치(몸살)이 좀 났었는데 이젠 일어 나셨지. 한 2일간--- 옥이 역시 건강해. 당신이 올 땐 좀 예뻐져야 할 텐데---
  여보! 또 내일 편지 오길 기다려야지. 편지 받은 지 4일째가 되는가 보지만--- 여보! 이제 그만 쓰고 또 여가 있는 데로 바로 쓸게.
  여보! 안녕.
당신이 사랑해 주는 당신의 옥이가 10. 9
  날자를 쓰다 보니 내일(10월10일)이 우리 결혼 5주년이 되는 날이군. 그 때를 회상하며 당신을 그려야지.
  여보---! 불러봤어. 마음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