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58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오늘로서 또 시월이 시작되는가 보군. 정말 지난 날을 돌아보면 퍽도 빨리 지나 간 것 같은데 남은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한 것 같애. 9월 달은 아주 조용하게 지나 갔는데 10월 달은 좀 바쁘고 야단스러울 것 같애. 벌써 내일부터 시작되는 오래 만에 큰 작전을 위해서 오늘 오후에는 기지를 출발해야 하니까.
  지금껏 잘 해 왔고 그 동안 열심히 쌓아 온 훈련의 효과가 이번에 나타날 것을 의심하지 않아. 모두 잘 할 거라고--- 훌륭한 성과를 안고 개선할 꺼야.
  여보! 그 동안 잘 있었어? 시화도, 미애도 잘 놀고? 전 번 편지에 미애가 똥싸기를 했댔는데 어떻게 완전히 나았나? 부모님들도 다 무고하시겠지? 곧 추수의 바쁜 계절이 다가오는군. 농촌에서는 가을 역시 여름 못 지 않게 힘드는데 당신이 무사히 해 낼 수 있을는지 퍽 걱정이 돼누만.
  여보! 무리하지 말어. 일꾼을 사서 하드라도 말야. 가을은 바쁘고 힘들기는 해도 좀 신이 나기는 해. 봄부터 일 해 온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올 해 농사는 잘 됐겠지? 농부에게는 그래도 남보다 많은 소출을 냈다는데 그 흐뭇한 맘을 느끼는 거야. 돈으로 따지면 뭐 얼마 안되지만---
  농사 일도 바쁘지만 아이들 데리고 겨울 지낼 준비도 톡톡히 해야 할 꺼야. 감기가 걸리거나 해서 건강에 해를 끼친다면 뭘 해도 난 싫으니까. 만나는 날까지 당신이 나에게 해 줄 제일의 과제니까. 그리고 편지 자주 해 줄 것과---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전투란 더욱더 그래. 딱 닥치면 아무 것도 아니고 문제 없이 해 내는데 준비하는 동안이 힘들어. 육체적으로야 그렇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말야. 수 백가지 상념이 머리 속을 맴돌고 각 가지의 전쟁놀이(War game)가 머리 속에 우굴거리니까. 그것도 지휘관이라는 책임 때문인 것 같애
  작전 기간이 길어지고 하면 산에서도 편지 쓸 기회가 있을 거야. 만약 그렇지 못하면 다음 편지는 꾀 늦어 질 지도 몰라.
  한 동안 정글을 헤치고 땀 좀 흘리며 군인의 보람을 느낄 걸 생각하면 그리고 뭤 보다 작전 기간은 날자가 잘 지나 가는 것 같으니까 좋아. 그러니까 시월도 오늘로서 시작되고 작전을 하게 되니 다 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군.
  다음 편지를 쓸 때는 수염이 텁수룩하니 되어 가지고 돌아 오는 날이 될 거야.
  끝으로도 당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빌며, 이만 안녕.
월남에서 당신을 그리며 영
고국편지('69. 10. 23)
여보! 당신에게
  어젠 장자동 정자네 집에 아저씨 회갑이라고 하루를 아이들 데리고 가 보냈답니다. 여보! 당신은 10월 들어 큰 작전을 했다고?--- 무사히 돌아 왔어야 할텐데---
  라디오나 신문을 통해 16일 간의 작전에 많은 전과를 올렸다는 소식이었지만 그 뒤엔 많은 군인들의 땀이 흘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 여보!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빨리 작전을 마쳤다는 소식과 기쁜 소식-무사하다는- 이 와야 할텐데--- 오늘도 기다려 봅니다.
  여긴 다 편해요. 미애, 시화도 잘 놀아요. 시화는 날만 새면 바퀴도 없는 (장난감)차를 가지고 흙장난 차놀이에 바쁩니다. 미애도 따라다니며 잘 놀아요. 가끔 떼를 쓰지만--- 마당엔 감나무 잎이 마구 떨어져 있고, 앙상한 가지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렸고---
  며칠 전에 당신의 친구 병영(안병년인듯)이란 사람이 제대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감장사를 한다고 다니는데 하루 저녁 우리 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군.
  대구 남실이네는 둘째 아이를 가졌는데 먼저 난 여자 애(성향이)가 음력 10월 달이 돌인데 (둘째도) 10월 달에 난데나--- 너무 빨라서--- 우린 좀 뒀다 나아야지?
  그리고 큰 도령이나 정희 아가씨 혼사 말이 오가는데 할 형편은 안되고 걱정이군. 겨울에 논이라도 팔아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부모님들도 이젠 농사일도 못하시겠고 (농사를)좀 줄이는 것이 좋겠는데--- 여보! 집에서 짓지도 못하는 농토를 팔아 하더라도 우리 돈은 꼭 계획대로 자그마한 집이라도 우리집이라고 장만 해보기로 해요. 어디던지 될 수 있으면 서울에다. 모든 혼사는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는데--- 여보! 참 좋은 때인 것 갔다. 그 꿈들이 얼마나 좋겠어요.
  여보! 그러나 옥이도 역시 그 사람들에 못 지 않는 것 같아. 이렇게 떨어져있는 우리에게 (꿈은) 보다 더 할지도 몰라. 난 그러니까.
  여보! 보구싶어. 당신의 품에 꼭 안기고 싶고, 속삭이고 싶어 그리고 어디론지 멀리 여행이라도 하고싶어. 둘이서--- 당신이 오면 꼭 여행도 하자고요.
  여보! 오늘은 좋은 소식 있으려나? 당신의 편지--- 빨리 나가서 점심을 해 벼 베는데 (점심)밥 가지고 가야지. 더 못쓰겠군. 가만히 누워 당신을 그리며 있고싶지만---
  여보! 또 쓸게.
  옥이 젖은 이제 거의 다 가라앉았어요. 좀 서운해. 미애가 젖을 떨어진 것이 엄마 품에서 좀 멀어진 것 같아서---
  여보---! 안녕--- 보고싶어---
고국에서 당신의 옥이가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