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60 신 )
옥이 당신에게
  이젠 노-트 조각도 이렇게 비에 젖고 탄흔만 남았군. 비와 안개와 정글 그리고 적과 싸우는 맹호들은 그래도 사기는 왕성해.
  여보! 그간 안녕?
  날씨 때문에 전투가 한가한 틈을 타서 당신이 너무 걱정하고 또 편지를 기다리는 모습이 문득 떠 올라 이렇게 적에게 뺏은 젖은 노-트 쪽에 그간 무사히 건재하며 적과 싸우는데 자신력을 가지고 중대를 이끌고 있다는 소식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어.
  이 종이는 불과 이틀 전까지 V.C가 가졌던 공책인데 아래 구멍처럼 한 방 맞고 세상을 하직하면서 남기고 간 노-트야.
  여보! 너무 걱정 말어. 당신의 남편은 맹호를 백 수 십 마리 거느린 강한 사람이니까. 여보! 정글을 뚫고, 적을 죽이고, 내 부하가 다치고, 또 날씨 때문에 보급이 못 와 끼니를 굶고, 또 이렇게 날씨를 기다리며 조용히 당신 생각을 하고--- 이 모두가 전쟁터의 한 풍경이야.
  이런 조용한 때나 밤이 되어 어둠과 적막만이 이 높은 고지에 젖어 들 때만이 당신을 생각하고, 조용히 사진을 꺼 내 볼 수 있군. 다른 때는 다른 생각 하나도 없고 적과 내 부하만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워 지는군.
  여보! 지금쯤 추수가 시작될런지도 모르겠군. 몹시 힘드는 계절이지. 여기도 꼭 가을에 있는 장마 날씨 같애서 비 맞으면 꼭 불이 필요하고, 야전 잠바는 지금을 위해서 가져 온 것 같애.
  여보! 해를 본 지가 오늘이 열흘이 넘었으니 모두들 새까맣던 얼굴이 희어 지는 것 같애. 그리고 난 수염이 1Cm는 길었고--- 그래도 건강하고 잘 있어. 아직 한 열흘쯤 더 있어야 끝 날 것 같으니 완전히 원숭이 처럼 되어 내려가겠군.
  여보! 전에도 말 했지만 힘든 농사 일에 너무 무리하지 말어. 그리고 환절기에 아이들 건강에 조심해서 돌보고---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쓰고 또 적을 생각해야지. 안녕
월남 정글 속에서 당신의 영 씀
탄흔자국의 월남편지
붉은색 원 안이 탄흔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