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67 신 )
옥이 당신에게
  작전이라고 나가니까 그래도 며칠 걸리는구먼. 우기 때라 비만 진창 맞고 별 성과도 없었지만 또한 강인한 체력을 가진 중대원들은 하나 탈 없이 돌아왔으니까.
  여보! 그간 안녕? 그래도 돌아오면서 당신 편지가 책상 위에 있을 것을 생각했었는데 헛된 공상이었군.
  오늘 마침 10월도 마지막 보내는 날이군. 카렌다 한 장을 넘기면서 올 해의 남은 두 장도 어서 빨리 넘어 가기를---
  이제 (거기는) 늦가을에 들겠지? 한참 타작들 하느라고 동네가 시끄럽도록 요란하겠군. 집안은 먼지 투성이구. 된서리 내려 붉게 익은 감 맛이 더 한층 날 때가 됐겠어.
  아침으로는 춥다고 시화나 미애는 아랫목에서 안 나올려고 하겠다? 여보! 날씨기 쌀쌀해지니까 더 서그푸지? 힘들고---
  난 튼튼히 잘 있어. 대대장님이 바뀌고 다른 중대장들도 많이 바뀌니 어째 맘이 좀 들뜬 기분이야. 그렇지만 당신이 믿듯이 중대장 마-크를 떼어주고 (귀국 할려고) 배를 타러 나갈 때까지 침착하게 잘 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쯤 온 산들이 붉게 단풍이 들었겠군. 여기 월남이란 곳은 낙엽은 있어도 단풍이란 걸 볼 수 없으니---
  추수하느라고 부모님들 건강이 괜찮은지 모르겠다? 농사는 잘 된 셈인가? 한 해를 그걸 바라보며 땀 흘린 결과인데---농부의 기쁨은 곧 추수에 있는 것 아냐?
  당신 말 같이 보구싶단 말 외엔 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별 신통하게 떠 오르지 않는다. 당신이나 시화, 미애가 말야.
  또 쓸게. 오늘은 이만 간단히 그치고 좀 피로한 것 같애서 자야겠어.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을 그리며 영 씀
고국 편지 ('69. 11. 11)
여보! 당신에게
  옥이도 오늘 당신한테서 온 편지를 점심 한다고 바쁜데 불을 때며 언 듯 본 것을 지금 잠자리에 들어 차분한 마음으로 당신의 글을 읽었어요.
  당신이 건강한 몸으로 잘 계신다니 더 바랄게 무엇이겠어요. 무서운 작전들, 밥을 굶고, 추운 비를 맞으며 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정글을)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지난 날 당신과 같이 전쟁영화를 보고 흥분해 하고 마음 조였던 때를 상상하며 내 남편이 지금 그런 경우를 당 해 무사하게 있다니 한편 기쁘기도 하고 가슴 아프게 걱정도 되고---
  여보!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 텁수룩하게 긴 수염을 달고 그래도 웃음으로 돌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여보! 항상 몸조심---
  옥인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시화, 미애 그리고 고모들, 삼촌들 공경해야 되고, 비위도 맞춰야 하고 또 잘하지 못하는 농촌의 일 등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이 들더라도 난 당신이 무사하고 건강하면 힘이 나고 무엇을 바랄 것이 있겠어요. 당신이 날 사랑해 주고- 하늘과 땅 만큼 날 사랑해 주는 당신이 있는데---
  여보! 몸은 고향의 작은방 미애와 나란히 있지만 마음은 당신의 품으로 간 것 같아. 여보!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해 봅니다.
  저녁 머고 곶감을 세 식구가 4접(1접은 100개)을 깎았군. 며칠 계속해 깎았더니 이젠 지겹다. 이젠 다 깎았지만 아마 20 여 접 깎았나 봐. 이제 가을일도 거의 끝난 것 같아요.
  그러나 바쁨에 마구 쫓길 땐 조용한 시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한가한 시간을 갖고싶은 때도 많지만 저녁이 내겐 제일 좋은 시간. 아이들 잠들고, 누가 간섭 않고, 조용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여보! 가끔 아니 항상 당신이 와서 좀 재미있게 행복스럽게 지낼 것을 그려보고 할 땐 기분이 상쾌하고 만날 날을 상상하며 좋아한답니다. 그래도 당신이 떠날 때와 지금과는 (비교하면) 떠날 때보다 만날 날이 가까워 온다는 것이 여간 기쁘지 않아요.
  여보! 항상 몸조심 하셔요. 집 걱정은 마시고--- 그럼 여보! 안녕--- 보고싶지만 꾹 참고 기다릴게
고국에서 당신이 사랑해주는 옥이가. 11. 11
고국 편지 ('69. 11. 12)
여보! 당신에게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어젠 내리더니 오늘은 싸늘한 날씨에 햇볕은 따스합니다. 비가 오고 가끔 눈도 섞여 와 몹시 추울 줄 알았더니 따뜻합니다.
  여보! 당신은 어떻게? 어젠 연대장님으로부터 서신-타이프로-이 왔더군요. 모두 잘 있다고--- 여보! 정말 그래야지---
  여기도 모두 평안합니다. 미애가 지금 옆집에서 놀다 무엇이 틀어졌는지 울며 쫓아 오는 품이 아주 얄밉군요. 당신이 갈 때보단 아주 잘 쫓아다니고 말도 제법 흉내를 내고--- 나야 항상 같이 있으니 잘 모르지만 당신이 오면 잘 알겠지.
  시화도 개구쟁이 같이 잘 놉니다. 아빠 올 때를 기다리며 아빠 오면 유치원에도 가고, 서울에 가 산다고 하며 아이들한테 자랑을 하며 잘 논답니다. 정말 아이들 봐서는 도시에 가 살아야겠어요.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
  오늘이 11월 11일. 11월도 중순으로 접어드는가 봅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날자를 기다릴려니 지루할 것만 같으니---
  여보! 어떤 땐 하루 2장의 편지를 받지만 그 다음 날도 또 (편지가) 안 오나 하고 마음 속으로 바라며 우체부가 (그냥) 지나 갈 땐 섭섭한 마음---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며 좀 바쁘지만 만사를 재처 놓고 펜을 들었답니다.
  가을일도 끝났고 좀 덜 바쁘지만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많은 것 같군. 묘사다 김장이다 어쩌면 일은 시간을 보내는데 지루함을 덜 하게 할런지도 --- 당신과 나의 새끼 미애, 시화와 함께---
  여보! 지금은 12시가 넘고 1시가 가까운 고요한 밤. 초저녁에 한 숨 자고 늦게 일어나 당신을 그리며 펜을 들었답니다.
  여보!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땐 제일 하고싶은 말이 보고싶단 말 외에 더 무엇이 있겠어요. 보고싶어. 우리 아빠가 월남에서 맹호와 같이 싸우고 씩씩한 모습으로 왔다고 시화, 미애에게도 보이고 싶고--- 빨리 세월이 가야지.
  오늘이 11월 12일 아니 1시가 가까웠으니 13일이 되는가 봅니다. 그래도 아직 잠은 오지 않는군. 당신의 모습 -사진- 을 보고 마음 속에 그리며 보고싶어 한답니다. 자주 쓴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지만 어느 땐 잘 안 될 때도 있군.
  여보! 항상 오시는 날까지 조심해요. 옥인 마음이 벌써부터 당신의 품으로 갔답니다.
  여보! 정말 난 당신을 사랑해. 여보---
  오늘은 이만 그치고 당신을 그리며 잠들 테에요. 안녕---
고국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옥이가 11. 12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