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82 신 )
옥이 당신에게
  요사이 며칠 바쁜 통에 당신 편지에 대해선 관심을 쓸 사이가 없었는데 오늘 한 고비가 넘어가니 편지 받은 지가 까마득한 옛날 같이만 생각되는군.
  여보! 그간 안녕? 시화, 미애도 서로 잘 싸우고? 부모님들도 별 일 없으시겠지?
  난 여전히 건강하고 식욕 왕성. 튼튼한 두 다리로 잘 뛰어다녀.
  서울 다녀 온 편지를 못 받으니 무척 궁금하다. 꽤 추울 텐데---
  오늘은 마침 새로 부임한 사단장님이 중대를 다녀가셨고, 이어 위문공연 쑈가 있었지. (쑈를) 이젠 하두 여러 번 봐서 무감각이지만 그래도 아릿다운 따이한 아가씨들이 춤추고 노래하니 향수심을 더욱더 건드리는군. 또한 월남의 꽁가이(처녀) 보다 따이한 아가씨들이 더 아름답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쑈를 구경하면서 줄곧 당신을 생각한 것 같애. 다른 사람들은 (아가씨들과) 사진도 찍고 하더구만 난 빨리 돌아와서 당신 사진을 꺼내 봤지. 내겐 그것들이 다 소용없는 거니까. 난 당신만이 필요하니까 말야.
  여보! 얼굴이 쪽 빠지지나 않았나? 가을 동안 고된 일에, 너무 기다림과 당신 남편 걱정 때문에 말야.
  여보!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주병장 말처럼 잘 하고 있으니까. 내 걱정 하느라고 얼굴이 쪽 빠지면 내게는 이중으로 손해니까. 몇 달 안 있어 온다고 생각하고 너무 초조해 하지 말어.
  전 번 편지에 말했지만 그 편지가 도중에 사고가 있을까 봐 다시 한 번 쓰는데 문경 있는 중대원 편에 전에 당신이 말 한 용을 한 뿌리 보냈지. 문경이 집이라 김천을 들려서 가기 때문에 큰 짐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김천(역)에 내려서 석희를 학교로 찾으라고 했지. 만약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 돼서 학교서 만날 수 없으면 평화동 2동 370-18 정기영씨 방으로 찾으라고 했고, 그것도 못 찾으면 당신 앞으로 우편으로 부치라고 했는데.
  공항과 중간에서 검사가 있다는데 제대로 가져 갔는지 걱정되는군. 잘 들어 가겠지. 궁금하니 받으면 즉시 답장 해 줘.
  전에 서무계 휴가 가는 편에 내가 쓰던 라디오 한 대와 과자와 비누를 한 Box에 싸서 보냈는데--- 당신 앞으로 부치면서 번지를 잘 못 써서 돌아 왔더래.(사실은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몰라 회송했던 것) 그래서 다시 써서 12월 4일에 부쳤다니 지금쯤 들어 갔을 거야. 등기 영수증은 전 번 편지에 보냈는데 안 오거든 조회 해 봐. 그것도 받으면 즉시 답장 해 주고.
  여보! 또 무슨 말을 써야지? 그렇지. 보구싶단 말이빠졌군. 당싱과 아이들의 영상을 그려 볼려고 눈을 감으면 옛날의 그 모습들만 떠오르고 (지금의 모습은) 통 생각이 안 나는군. 아이들은 많이 컸을 텐데---미애는 더 이뻐지고, 아주 깜찍하고, 시화는 의젓하고, 당신은? 더 이뻐졌을까? 시화는 (행동이) 둔하지 않아? 어릴 때도 잘 자빠지고 했잖아.
  여보! 1년을 시골에 있다고 아주 촌사람이 되진 않았나? 그래도 괜찮아. 건강하다면.
  자- 그럼 당신을 꼭 껴 안고 꿈나라로 가는 꿈을 꾸며 잠들어야지. 내일 할 일이 또 있으니까.
  안녕.
월남에서 한없이 당신을 그리며 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