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101 신 )
제100신은 번호가 누락된 듯
옥이 당신에게
  여보! 전령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모르고 지낼 번 했지. 간단히 소대장들과 아침을 했고, 대대장님께서 보낸 술을 한 잔 했더니 아침부터 얼굴이 샛 빨게 지는군.
  더구나 오늘 작전 출동을 앞두고--- 한 보름쯤 정글 속에서 맹호들은 눈에 불을 켜게 될 거야. 큰 작전 치고는 중대장으로서 마지막이 될는지 모르지. 당신이 늘 걱정하고, (당신과 두 아이들의) 여섯 개의 새까만 눈동자를 등 뒤에 의식하면서 조심하고 또 끝을 장식하는 의미에서 성의껏 잘 할게.
  어제는 마침 시간을 내서 사단(사령부) 박대위(박용원대위) 한테 잠간 다녀왔지. 귀국 제대가 당겨져서 3월 중순에 출발 한다는 군. 나는 (나와) 같이 갈 것 같애서 1주일쯤 배 타는데 심심하지 않겠다고 생각 했는데 틀렸군.
  또 고맙게도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 있군. 콜드크림 1통 하고, 분 1통하고--- 아마 정기 엄마 줄려고 살 때 여유 있게 샀던 모양이지? 난 이렇게 촌 구석에 있으니까 아직 그런 것 생각도 못해. 3월 달에 사이공 갈 때 사 올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
  2월도 이젠 중순에 접어드니 두 달 남짓 있으면 우린 만날 수 있는 거야. 백 번을 넘어서 펜으로만 애타던 것을 우린 서로 만날 수 있는 거야. 만나기만 하나? 당신 말처럼 시화, 미애를 앞에 놓고 그 동안 배운 온갖 재롱을 함께 지켜보며 1년 넘어 갈망하던 아기자기한 사랑이 넘치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거지.
  여보! 당신을 만날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는군. 난 이렇게 새까맣지만 건강하게 가는데 당신은 시골에서 고생하느라고 얼굴이 쪽 빠지지나 않았나 해서 말야. 더구나 아이들 데리고 얼마나 시달렸겠나.
  여보! 그런 걱정은 필요 없을까? 어쨌던 1년을 목마르게 찾던 우리의 사랑을 찾자구.
  여보! 작전 출동을 앞두고 맘이 좀 조급하다. 작전 중에도 기회 있는 데로 쓸게. 오늘은 이만. 안녕
월남에서 당신을 사랑해서 영 씀
고국 편지 ('70. 2. 24)
여보! 당신에게
  이젠 추웁던 겨울도 차츰 사라져 가는 모양이에요. 날씨가 따뜻해지고---이 달도 이번 주일로 마지막. 반가운 일---
  여보! 그간도 안녕.
  요사인 당신 편지를 못보니 궁금해 죽겠군. 라디오도 못 듣고, 방에 박혀있으려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모르겠군. 몇 일 독감으로 애를 먹고 일어난 미애도 이젠 제법 잘 놀아요. 옥이도 약간 걸렸으나 다 나았고, 미애가 아주 욕을 봤어요.
  당신이 항상 염려해 주는 덕에 일찍 일어났겠지. 옥이도 당신이 없는데 미애가 아프니까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
  여보! 일년이란 세월을 당신과 떨어져 지내고 보니 자꾸만 (당신) 얼굴도 잊을 것 같아. 자주 사진을 보지만 시원치가 않아. 남은 1달 반 남짓 있으면 (당신을) 본다는 기쁨에 혼자 좋아하지만---
  시화는 밖에서 아이들과 잘 놀고 있고, 미애는 옆에서 누워 잘 놉니다. 어머니는 지우대 가셨고, 기권이 혼사 말이 있어 선을 보러 온다 한다고 가셨군.
  (시골) 집에는 편지를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지만 무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조심해요. 당신 말같이 부산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시화는 무슨 장난을 하면서도 당신 이야기를 하면서 혼자 중얼거린답니다. 꽃이 피면 우리 아빠는 온다고 그리고 장난감도 사가지고--- V.C 잡으러 같다는 둥, 벌소리 해가며 중얼거리는 것을 볼 땐 (시화도) 그 땐 당신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
  여보! 남은 시간 잘 계시다 오셔요. 여보! 보고싶단 말 밖엔--- 여보! 아이들을 보이고 싶고, 꼭 안기고도 싶고. 여보!--- (편지를) 쓸수록 보고싶은 마음 밖엔 안 드는군.
  이만 쓰고 곧 또 쓸게요. 그럼 안녕.
당신을 보고싶어 하는 당신의 옥이가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