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105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이것이 월남에서 마지막으로 드는 펜이 될런지도 몰라. 알 수는 없지만 사이공에서 한 번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여보! 그렇다고 섭섭하거나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이와 같은 말을 쓸 수 있기를 얼마나 기다려 왔다고--- 당신도 그렇지? 그래도 아직 당신의 그 노고가 어린 얼굴을 대 할 날자는 한 달 남짓하게 남았구먼.
  이 한 달이 초조한 마음에 너무 길런지도 몰라. 혹시 그 반대가 될 지도 모르긴 해. 내일부터 있을 조그마한 작전을 치루고, 사이공을 다녀 온다. 그리고 몇몇 곳을 찾아 본다 한다면 바쁘니까 말야.
  여보! 아이들과 당신이 독감을 앓았다더니 좀 어때? 큰 작전이 있고 해서 자주 (편지) 쓰지 못했더니 당신 편지도 퍽 드물구먼. 아이들 때문이겠지.
  좋아 이제 한 달이면 이렇게 펜 끝에 사연을 실지 않아도 눈과 눈으로, 귀와 입으로 더 다정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 건 문제가 안돼. 다만 당신이 늘 자랑해 오던 아이들과 당신의 건강이 독감으로 인해서 큰 손해 보지 않았나 싶어서---여보! 봄이라고 맘 놓지 말어.
  일년 조금 못되지만 중대를 맡아 좋은 일 궂은 일 맞으며 지내오다가 막상 물려주려니 퍽 마음이 심란하군. 정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건 하나의 쎈치한 생각에 지나지 않는 거고, 무거운 짐을 벗고 가벼운 몸으로 날 것만 같애. 더구나 당신과 아이들 곁으로 가니 말야.
  여보! 1년 동안 당신과 주고 받은 사연이 이렇게 많지만 간추려 보면 결국 한가지. 당신을 보고싶고, 당신을 사랑하고, 또 만난 후에 좀 더 정답게 살아가자. 난 지금부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지금쯤 당신이 이원에서 돌아 왔으리라고 믿고 집으로 쓰는 거야. 부모님들도 무고하시겠지. 봄이 오니 할 일이 많고 바쁘시겠다.
  난 지금 결정되어 있는 스케쥴로 보면 6-2제대 -6차년도 2제대- 로서 (‘70년) 4월 4일 연대로 집결해서 모든 귀국 수속을 밟은 후 4월 7일에 퀴논항에서 승선하여 나트랑을 들려 십자성부대 귀국자를 싣고 부산으로 향하는데 통상 7일 걸린데. 그러니까 14일 아침 아니면 15일 아침에 부산에 도착하는 거지.
  여보! 아이들 데리고 힘들겠지만 당신을 고국 땅을 밟으면서 제일 먼저 보고싶다. 와 줄 수 있겠지? 부산서 3일쯤 있어야 되나 봐. 장교들은 밖에 나올 수 있다니 걱정 없어.
  귀국 말이 나오니 더 당신과 아이들이 빨리 보고싶다. 아주 예뻐진 미애, 의젓하게 건강히 자란 시화, 그리고 당신의 그 얼굴---
  여보! 정말 난 당신이면 그만이야. 당신은 나의 직장과 당신에 대한 사랑을 동등한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난 지금 그렇게 생각지 않아. 당신을 사랑하며 아이들의 무럭무럭 자라는 품을 보며 정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이 있는 거야. 또 이렇게 일년을 멀리 떨어져 애타게 그리워도 해야하구---
  여보! 우리 서로가 노력 해. 세상에 어느 누구 보다도 다정하고 행복스런 잉꼬 한 쌍이 되도록---
  며칠 지나면 사이공을 가게 되는데 꼭 해야 할 것이 있지. 1년 동안 시화와 미애에게 약속한 것을 사야지. 장난감 말야. 뭘 사야 할 지 하는 건 가 봐야지. 아주 신기한 것을 사다 줘야지.
  엊저녁 너무 늦게 잤더니 아주 졸린다. 여보! 그럼 부산에서 만나. 그 때까지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